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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아가씨>는 백작으로 위장한 사기꾼과 거래를 한 소매치기 숙희가 아가씨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며 하녀로 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히데코에겐 히데코의 재산을 노리는 그녀의 이모부 코우즈키가 있는데, 그는 서책에 관심이 많아 히데코의 재산으로 서책을 수집하려 한다. 하녀로 들어온 숙희와 아가씨 히데코는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가씨>는 3개의 파트로 나뉘는데, 하녀인 숙희 시점으로 이루어지는 1부, 아가씨인 히데코 시점으로 이루어지는 2부, 전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 3부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2부에서 1부의 내용이 반복되어서 지루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였으나, 나는 1부에서 한 번 경험한 이야기를 2부에서 다른 시점으로 경험하게 되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1부에서는 숙희의 시점이라서 알 수 없었던 히데코의 심정을 2부에서는 알게 되니까, 히데코가 얼마나 숙희를 좋아하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아가씨>는 여성영화이다. 남성에게 받던 억압에서 벗어나 멀리 달아나는 이야기이다. 히데코는 어렸을 때 부터, 이모부에게 받아 온 모든 억압을 벗어나게 되고, 그녀가 억압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사람, 구원자가 숙희라는 것은 이 영화가 여성영화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가씨>에 나온 레즈비언 섹스씬들이 너무 남성적인 시각으로 표현되었다라는 지적이 있는데, 특히 마지막 장면인 일명 은방울 씬은 감독이 말했다시피, 남성들이 만들어 놓은 환상을 여성들이 자신들의 것으로 전복시킨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아가씨>는 여성 캐릭터를 진심으로 그려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렸다. 여혐이 판치는 사회에서 <아가씨>는 페미니즘 영화의 한 예로써 매우 중요한 영화가 될 것이다.
<아가씨>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위의 사진이 나오는 장면이다. 히데코가 숙희를 서재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그동안 '그 더러운 늙은이하고 신사분들'에게 읽어주었던 책을 숙희에게 보여준다. 숙희는 그 책에서 백작이 그린 삽화를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숙희는 서재에 책들을 찢고, 자르고, 더럽힌다. 히데코는 자신이 억압받던 공간이 망가지는 것을 가만히 보기만 한다. 그러다가 숙희가 책들을 물에 빠뜨리고, 히데코는 큰 맘을 먹고 그 위에 물감을 뿌린다. 숙희와 히데코는 책들을 밟는다. 숙희는 '무지의 경계'였던 뱀의 머리를 박살내고, 둘은 함께 행복하게 들판을 뛰어간다. 이 장면은 남성의 공간이었던 곳, 자신이 억압받았던 곳을 망치는 것으로, 그동안의 억압에서 벗어나고, 탈출하는 아주 통쾌한 느낌이 든다. 그들이 들판을 뛰어갔을 때의 그 미소가 얼마나 행복한지 짐작할 수 있다.
<아가씨>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백작이 죽기 직전에 히데코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을 마치 사진처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 부분에서 나는 여성들의 이야기로써 굳이 백작이 진심으로 히데코를 사랑했음을 보여주고,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만들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면죄부를 주기엔, 그가 너무 더러운 짓을 했다. "제가 아가씨를 사랑하다가 어떤 비참한 꼴을 당하더라고 저를 불쌍히 여기지 마세요."라는 백작의 대사가 있었지만, 영화는 결국 그를 불쌍히 여겼다. 그 점이 약간 아쉽다. 그러나 저 부분을 제외하면 <아가씨>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힘으로, 억압에서 벗어난다 라는 점만으로도 여성영화로써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녀들이 서로 사랑함으로써 그녀들만의 세계에 남성들이 범접할 수 없게 만든 점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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