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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홀리 모터스>는 오스카라는 남자가 리무진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하루 동안 아홉 개의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아홉개의 삶 중에는 은행원, 모션캡처 배우, 광인, 아빠, 죽음을 앞둔 노인, 살인자, 피해자 등이 있다. 이 영화는 초반 20분 동안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20분이 지나면 이 영화는 관객들을 현실인지 연기인지 모르는 '영화'같은 삶을 체험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아홉개의 삶을 살아가는 오스카를 보여주지만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연기인지 그 경계는 매우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이 영화를 어려워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홀리 모터스>가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홀리 모터스>는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느 때는 필요에 따라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홀리 모터스>는 우리의 다양한 삶을 오스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홀리 모터스>는 극장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 다음 장면은 방 안에 잠에서 깬 남자로 레오 까락스 감독이 직접 출연해서 연기를 한다. 남자가 비밀스러워 보이는 벽 한 쪽을 열자 그 방은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극장과 연결된다. 남자는 그들을 본다. 뱃고동 소리가 들리면서 이 영화의 인트로 장면이 끝난다. 이 인트로 장면은 이 영화의 시작에 적합하다. <홀리 모터스>는 레오 까락스 감독의 13년만의 장편 영화이다. 감독이 인터뷰에서 오랜만이라 직접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듯이 이 인트로 장면은 말 그대로 감독이 자신이 돌아왔음을 관객들에게 직접 알려준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홀리 모터스>에서 오스카 역을 맡은 배우 드니 라방의 연기는 대박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만 총 11개의 역을 맡았는데, 그는 대체불가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가 아니면 아무도 못할 그런 연기를 했다. 레오 까락스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서 드니 라방을 대체할 수 있는 배우는 이 세상에 없다라고 말을 했다. 드니 라방의 연기를 보는 재미로도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은 금방 흐른다.



<홀리 모터스>는 레오 까락스 감독이 영화를 만들지 않은 그 오랜 시간동안의 자신의 모습들을 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은행원 처럼 제작사들과 돈 얘기를 했을 것이며, 전 애인을 만나서 추억을 나눴을 것이며, 때로는 광인처럼 미친듯이 살았을 것이다. 또는 모션캡쳐 배우처럼 열정적인 사랑을 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삶을 오스카에 빗대어 인생의 다양한 삶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삶을 되돌아 보게 해준다. 이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이다.  그 의미는 영화의 끝에 가면 더 확실해 진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리무진들의 대화 장면인데, 이 장면을 보면 리무진들은 자신들이 정지해 있는 것, 늙어 버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에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늙음이자 죽음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를 통해서 우리에게 끝없이 연주하고 행진했던 '막간' 장면의 밴드처럼, 혹은 하루 종일 도시를 누빈 리무진들 처럼, 또 영화의 제목인 '신성한 모터' 처럼,  우리의 삶은 계속 되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비록 멈추는 것 늙음 혹은 죽음이 두려울 지라도. 

죽음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다시 살기를 바라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벌이 되어버린 삶이지만, 자정이 되기 전엔 웃을 수 있고, 살아있는 동안 사랑을 하며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 감독이 <홀리 모터스>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P.S. <홀리 모터스>에는 카일리 미노그가 나오는 뮤지컬 장면이 있는데, 정말 아름답다. 이 장면은 카일리 미노그와 드니 라방이 과거를 회상하며 '그 때 다르게 했다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새로운 시작없이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가네' 라며 노래하는 장면이다. 노래 'Who were we'의 가사를 레오 까락스 감독이 직접 썼다고 한다.  이 장면은 <홀리 모터스>의 베스트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