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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모린은 파리에 사는 퍼스널 쇼퍼로 유명인 키라의 옷과 신발, 악세사리들을 사다주는 일을 한다. 영매인 모린은 똑같이 영매였던 쌍둥이 오빠 루이스가 죽은 파리에서 그의 신호; 둘 중 먼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보내기로 약속한 그 신호를 기다리며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루이스의 아내 라라와 모린이 루이스가 살았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라라는 다시 떠나지만, 모린은 남아서 그가 보내올 신호들을 기다린다. 집 안에서 그녀는 신호 몇 가지를 받지만, 루이스라고 확신하기엔 너무 작은 신호일 뿐이다. 그러다가 그녀는 집 안에 존재하는 다른 영혼과 마주하게 되고, 루이스의 신호를 받지 못한 채 집을 떠난다. 어느 날, 그녀는 낯선 존재에게 문자를 받게 되고, 그녀는 루이스라고 생각하지만 도통 누군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녀는 낯선 이와의 문자를 통해 자신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욕망들을 알게 되고, 낯선 이는 그녀가 욕망을 실현하게 자극한다.




모린은 퍼스널 쇼퍼이다.  주위에 온갖 반짝거리는 것들이 넘치지만, 그녀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매일 남을 위한 옷을 산다. 그녀에게 자신의 것이란 없다. 그녀는 욕망도, 꿈도, 아무 것도 없이 루이스를 기다린다. 그녀가 욕망에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은 낯선 이와의 문자이다. 그녀는 키라의 옷을 입고, 신발을 신어보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 키라의 침대 위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은 욕망의 표출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낯선 이가 키라의 살인범인 것을 알게 되고,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는 오만으로 떠난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그녀는 영혼과 한번 더 마주한다. 이곳에서 모린이 영화에게 하는 마지막 질문은 매우 인상적이다. "Is it you?  Or is it just me? 너야? 아니면 그냥 나일 뿐이야?"



<퍼스널 쇼퍼>는 매우 신선하고, 큰 울림을 주는 영화이다. 영화는 나로 살아가는 건 무엇인지 모린의 삶을 통해 질문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사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 내내 모린을 따라다녔던 영혼은 사실 그녀 자신일지 모른다. 그녀의 욕망일 수도 있고, 그녀의 불안감일 수도, 그녀의 두려움, 겁일 수도 있다. 그녀의 눈에 안보이는 모든 감정들일 수도 있다. 모린의 삶에서 그녀 자신을 위한 건 없었다. 그녀의 것은 존재하지 않은듯 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서도 분명 자신을 위하는 어떠한 것, 예를들어 꿈이나 욕망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잊고 살면 없는 존재 같지만 사실 그들은 계속 따라다닌다. 아마 그녀가 그것을 깨달을 때까지.


P.S.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작품에서의 그녀의 연기를 너무 좋아한다.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한번 느꼈다.